도덕경 8장 번역과 해설-물처럼 되는 것이 가장 좋다(上善若水)
도덕경 8장은 물처럼 사는 것이 최상의 삶이라는 가르침을 전합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낮은 곳으로 흐르며 세상을 품습니다. 노자는 경쟁과 투쟁을 넘어 부쟁(不爭)하는 삶이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삶이라고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부쟁의 의미와 물처럼 살아가는 여섯 가지 방법을 설명합니다.
도덕경 8장
-물처럼 되는 것이 가장 좋다(上善若水)
[원문]
上善若水.
상선약수.
水善利萬物而不爭,
수선리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
처중인지소오.
故幾於道.
고기어도.
居善地,
거선지,
心善淵,
심선연,
言善信,
언선신,
正善治,
정선치,
事善能,
사선능,
動善時.
동선시.
夫唯不爭,
부유부쟁,
故無尤.
고무우.
[번역]
물처럼 되는 것이 가장 좋다.
물의 좋은 점은
만물을 이롭게만 할 뿐 싸우지 않고,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자리 잡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음 예시들이 도에 가까운 것들이다.
자리 잡는데 좋은 것은 낮은 것이요,
마음 쓰는데 좋은 것은 깊은 것이요,
말을 하는데 좋은 것은 신실한 것이요,
바로 잡는데 좋은 것은 돕는 것이요,
일을 하는데 좋은 것은 능한 것이요,
행동 하는데 좋은 것은 때를 맞추는 것이다.
싸우지 않는 자는
그래서 흠잡을 데가 없다.
[해석]
1. 경쟁, 투쟁 그리고 부쟁(不爭)
한쪽 극단은 경쟁을 외치고, 한쪽 극단은 투쟁을 외칩니다. 노자는 양극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부쟁(不爭)을 노래합니다.
경쟁(競爭)이란 같은 목표를 향해 앞서기 위해 서로 겨루는 것입니다. 우리는 경쟁 속에서 살아갑니다.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위로 뻗어 올라가는나무, 더 많은 먹이를 차지하려는 동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기업—이 모두가 경쟁 속에 있습니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우열을 만들며, 그 격차가 커질수록 더욱 치열해지기도 합니다.
경쟁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경쟁을 통해 개인과 사회는 발전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선의의 경쟁은 서로를 자극하여 성장하게 만들고,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는 각자의 능력이 발휘될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러나 경쟁이 지나치게 격화되거나,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않게 되면 이는 곧 투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투쟁(鬪爭)은 경쟁이 격화되어 상대를 배제하고자 하는 상태입니다. 경쟁이 일정한 규칙과 한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면, 투쟁은 상대를 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회적 갈등, 전쟁, 이념의 충돌, 적대적 기업 인수 등은 모두 투쟁의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투쟁은 필연적으로 강한 긴장과 충돌을 동반하며, 결국 승패를 나누게 됩니다.
그러나 승자가 모든 것을 얻는 것은 아니며, 패자가 반드시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투쟁의 결과는 또 다른 변화를 낳고, 이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 모두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때로는 패배 속에서 더 큰 성찰과 성장이 이루어지고, 승리 속에서 오히려 쇠퇴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부쟁(不爭)이란 무엇일까요? 부쟁은 단순히 경쟁을 피하거나, 투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쟁은 경쟁과 투쟁을 초월하는 태도입니다. 물을 떠올려 봅시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만 할 뿐 싸우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도, 오히려 그 낮음 속에서 생명을 품고 길을 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큰 존재인 바다가 됩니다.
2. 물처럼 사는 여섯 가지 방법
도를 따르는 사람은 물처럼 살아갑니다. 물처럼 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上善若水:상선약수). 상선(上善)이란 말은 가장 탁월하다는 뜻입니다. 즉 물처럼 사는 사람이 가장 탁월합니다. 물처럼 사는 여섯 가지 방법은 이것입니다.
첫째, 자리 잡는데 좋은 것은 낮은 것입니다(겸손).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어 상호 존중의 관계를 맺습니다. 둘째, 마음 쓰는데 좋은 것은 깊은 것입니다(이해). 깊은 마음으로 역지사지의 이해심을 기릅니다. 셋째, 말을 하는데 좋은 것은 신실한 것입니다(신뢰). 말에는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넷째, 바로 잡는데 좋은 것은 돕는 것입니다(배려). 상대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어야 합니다. 다섯째, 일을 하는데 좋은 것은 능한 것입니다(능력). 성실하게 맡은 역할을 수행하여 능력을 기릅니다. 여섯째, 행동 하는데 좋은 것은 때를 맞추는 것입니다(판단력). 적절한 타이밍으로 때에 맞게 행동합니다.
부쟁하는 사람은 이러한 도를 따르기 때문에 다툴 일이 없습니다. 다투지 않기에 흠 잡힐 일도 없습니다. 사회생활에 가장 탁월한 사람이 부쟁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물처럼 자기가 흘러갈 그 모든 과정들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그 도를 따르는 자는, 그래서 오히려 가장 멀리 나아가는 자가 될 것입니다. 부쟁력이 경쟁력입니다. 물이 가장 낮은 곳을 향해 흘러가며 바다를 이루듯, 도를 따르는 자는 부드러움 속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게 됩니다.